스페인, 포르투갈 38일 캠핑카 여행_ 4. 스페인 북부, Picos de Europa (1).
피코스테 유로파 (Picos de Europa)로 출발하는 아침은 일찍부터 하늘이 쨍 하게 맑았다.
며칠간 배에서 편하게 자지 못해서 조금 게으르게 아침을 시작했다. 간단하게 늦은 아침을 먹고 출발한 길에 보이는 멋진 산과 강, 하늘, 들판 그리고 사이사이 이어지는 작은 마을들을 보고 있으니 낯선 곳이지만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그동안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들을 계속해서 마주하는 것 같아서 낯설면서도 산을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반가운 모습이기도 했다. 2-3시간여를 달리니 Picos de Europa 국립공원 표지판도 보이고 그 뒤로 쭉 이어진 설산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Picos de Europa는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국립공원으로 처음 지정이 되었던 1918년도 보다 그 면적이 몇 배는 커졌다고 한다.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 생태계가 잘 보전, 관리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빙하 침식의 영향을 받은 석회암 산악 지형의 멋진 풍광과 다양한 트래킹, 하이킹 코스들 덕분에 등산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국립공원이라고 한다. 국립공원 지역의 동쪽에 있는 마을 Sotres를 기점으로 산행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Sotre로 가기 전에 짧게 하이킹을 하기로 해서, La Hermida 근처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트래킹 코스 두 곳을 걸었다.
세인트 캐서린 전망대 (St Catherine's Lookout)는 근처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지만,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 짧은 하이킹 코스가 있어서 가볍게 걷기에 좋았다. 올라가는 길에는 스페인 전설, 신화, 동화 속에 등장하는 괴물, 요괴등이 나무로 조각이 되어서 숨바꼭질하듯 곳곳에 숨겨져 있다. 스페인 영화 판의 미로에 나올 법한 특이하고, 기괴한 모습의 조각들이 조금 으스스한 구석도 있긴 했지만 스페인어 설명이 있어서 번역기로 돌려서 어떤 캐릭터인지 알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숲 속 조각들을 보며 올라가다 보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전망대 자체는 소박했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이제 산맥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장관이었다.
오전의 짧은 전망대 산행을 마치고 오후에는 피코스테 유로파의 산간 마을 중에서도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Bulnes라는 마을에 갔다. Bulnes로 가려면 Poncebos에서 푸니쿨라를 타거나 트래킹 해서 가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당연히 트래킹 코스로 걸어갔다. 왕복 2-3시간 정도의 어렵지 않은 난이도라고 했는데, 올라가는 길이 생각보다 가파르기도 했고 돌산이어서 에너지도 떨어지고 힘들었지만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 너무 멋져서 힘들다고 조금 투덜거리긴 했지만 풍경이 그 힘듦을 다 보상해 주는 것 같았다. 4월 초는 아직 비수기여서 마을에 레스토랑들은 연 곳이 없었지만 성수기에는 Poncebos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오는 사람으로 마을이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Bulnes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Poncebos에서 주변을 가볍게 걷는 길도 많고, 주변에 숙박을 하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들도 많아서 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며칠을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오후 트래킹으로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적당한 피곤함이 오히려 좋았다. 굽이굽이 이어진 계곡 길을 빠져나오며 Poncebos에 아쉬움의 작별인사를 하면서 다음 목적지인 Sotres의 캠핑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