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하는 일상/런던 산책

런던 크리스마스 풍경 - 크리스마스 장식 명소 산책하기.

종교적인 의미는 물론이고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이는 특별한 시간, 그리고 일 년 내내 손꼽아 기다린 긴 휴가 등등 각자에게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영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정말 특별한 것 같다.  

우스갯소리로 영국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돈을 쓰기 위해 일 년 내내 일을 한다고 하는 말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 장식에도 정말 진심이다. 많은 레스토랑이나 샵들이 이미 11월 중순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마치고, 크리스마스 장식 경연이 있는 골목도 있고, 규모는 달라도 집집마다 가든이나 실내에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 테코나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민다. 그게 영국인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축하하고 즐기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고, 흐리고 해가 짧은 영국의 겨울에 환한 크리스마스 장식은 그래서 영국의 긴 겨울밤에 더 반짝이고 반가울 수밖에 없다.

 

사실 연말에는 관광객이 워낙 많아서 사실 특별한 약속이 있는 게 아니라면 트라팔라-옥스퍼드서커스-리젠트스트릿-메이페어 주변은 피하는 편인데, 작년에 유튜브에서 봤던 런던 시내 크리스마스 장식이 너무 예뻐서 올해는 직접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리젠트스트릿 주변의 크리스장식이 예쁘기로 유명한 곳들을 크리스마스 산책이라 이름 붙이고 다녀왔다.  

 

Mayfair 쪽에 주차를 하고 조금 걸어가다 보니 벌써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보인다. 명품 매장들이 모여있는 골목인데, 규모나 화려함 정말 대단했다. 특히 디올의 경우 대형 해마 두 마리가 주인공인 바닷속 풍경을 건물 전면 벽면은 물론 쇼윈도 디스플레이까지 동일한 콘셉트로 디스플레이했는데,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제작과 설치를 하려면 정말 일 년 내내 치밀하게 준비를 해야 할 퀄리티여서 이런 명품 브랜드여야 진행이 가능한 스케일이랑 퀄리티겠다는 생각과 함께 럭셔리 브랜드와는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고 당연히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연출이기는 하지만 이런 고퀄의 구경거리를 만들어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들기는 했다.

전통적인 컨셉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아니지만 동화속에 나올 법한 신비한 바닷속 풍경 테미가 신선하고 재미있다.
디올 옆의 샤넬 매장도 아이코닉한 리본 장식으로 건물 벽면을 꾸몄다.
어둠이 짙어야 빛이 더욱 밝아진다.
건물 장식보다는 내부 디스플레이에 좀더 힘을 쓴듯 한 루이비통 매장.
서커스 컨셉의 장식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Annabel's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크리스마스 환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라고 얘기하고 계신 것 같은 도어맨 아저씨들.

 

샤넬, 루이뷔통, 샤넬이 있는 명품 골목을 나와서 버클리 광장(berkeley Square) 방향으로 걸어가니 저 멀리서 커다란 크리스마스 스노볼 모양의 장식이 보인다. 매년 독특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기로 유명한 회원제 클럽인 Annabel's인데, 올해는 눈 내린 숲 속에 있는 황금 공작새를 담은 스노볼 장식이었는데, 일단 3층 건물 벽면을 감쌀 정도의 큰 사이즈에 한번 놀라고, 가까이에 가서 보니 섬세한 표현과 디테일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게 되는 장식이었다. 

Annabel's 근처에 Connaught Hotel 앞 분수에서 나오는 안개가 연말 풍경에 신비로운 느낌을 더해 주는 것 같다.
빨간색 미니와 입구의 대형 리본이 세트로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데코레이션.

 

berkeley Square 근처의 Connaught Hotel도 럭셔리 호텔로 유명한 곳이어서 평상시에도 주변의 슈퍼카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크리스마스 시즌 트리 장식으로도 유명하다. 호텔 앞의 분수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었다. 

Connaught Hotel을 지나 리젠트 스트릿을 가기 전에 KOYN이라는 일식 레스토랑 앞쪽도 들렀는데, 일식을 기본으로 아시안 퓨전 음식을 주로 하는 레스토랑이라고 하는데, 이곳도 매년 레스토랑 앞에 주차한 오리지널 미니 위에 트리장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차 앞에 사람이 없는 컷 하나를 겨우 하나 남기고 리젠트 스트릿으로 가기 전에 따듯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온기와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까르띠에 매장.


리젠트 스트릿에 다다르기 전에 보이는 까르띠에 매장의 장식은 누가 봐도 까르띠에구나 싶은 크리스마스 장식이었다. 시계 안의 메카닉을 장식적인 이미지로 풀어서 만들었데, 중앙의 볼에서 영상이 돌아가서 영롱, 심오한 느낌을 연출하고 있었다. 

까르띠에 앞의 랄프로랜 매장도 있었는데 무슨 행사를 하는 건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 골목은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차보다 오히려 사람이 더 많았던 리젠트 스트릿.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리젠트 스트릿. 역시나 관광객, 쇼핑객들이 거의 도로를 반 점거한 상태였는데, 주차 예약 시간이 다 되기도 했고, 인파를 피해서 집으로 가기로 해서 리버티 백화점과 카나비 스트릿 쪽을 거쳐서 돌아가며 산책을 마무리했다.

 

사실 거리 상으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사람도 많고, 구경하면 사진도 찍고, 중간에 딴짓(전시장 두 군데를 들렀다.)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하느라 오늘 산책은 3-4시간 정도가 걸렸다. 물가가 비싼 런던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크리스마스 시즌에 런던을 걸으며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는 것 만으로 연말 분위기를 흠뻑 느끼기에 충분하다. 

 

런던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고 싶다면 하이드파크의 윈터원더랜드나 코밴트가든 마켓을 가 보는 것도 좋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만난 풍경들도 추운 겨울을 따듯한 감성으로 가득 채워준다. 헤롯백화점 외관.

 

반응형